기록관의 아침은 언제나 어제보다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. 사라질 기억이 밤을 지나야만 유리 서랍 안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.
서윤은 신입 기록사에게 허락된 회색 장갑을 끼고 세 번째 통로로 들어섰다. 선반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비와 만나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이 낮은 숨을 쉬고 있었다.
그날 도착한 상자는 규정보다 작았다. 발신인도, 봉인 날짜도 없었다. 다만 뚜껑 한가운데 익숙한 이름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. 한서윤. 그것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.
상자를 열지 말라는 경고등이 뒤늦게 붉게 켜졌다. 서윤은 손을 거두었지만, 안쪽에서 누군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.